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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3편(지옥의 2학기, 버티기, 멘탈붕괴)

1. 지옥의 2학기

역시나 로스쿨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2학기가 정말 힘든 학기이다.

물권법, 형법각론, 채권각론, 민소, 형소, 헌법이 필수과목이고, 여기에 PF강의가 2학점

상법을 제외한 전공필수 6과목을 다 듣는데, 이게 결코 만만한 느낌이 아니다. 

더군다나 형사소송법 같은 경우는 이걸 거의 1학기에 진도를 다 나가고 4학기 형사재판실무 할 때까지 제대로 수업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지라 이걸 어느 정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아놔.....ㅋ

 

2학기를 못 버티고 휴학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학기인데 이 때의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할 정도로 괴로웠던 기억 뿐이다. 

연애도 망하고 생활도 망하고 결과적으로는 학점까지 망할 정도로 나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뿐이긴 했지만

뭐 어찌됐건 무사히 넘기고 결과적으로 6학기 졸업, 변시 한번에 붙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 

 

2. 버티기

2학기부터는 교수들도 조금씩 수업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1학기에는 적응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표도 그렇고 아주 힘들게는 하지 않는데, 2학기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드라마 로스쿨 양종훈 교수처럼 수업시간에 날카로운 질문으로 학생들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교수도 두어 명 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권법을 가르치던 C 교수는 항상 매주 수업시간마다 읽을 자료를 잔뜩 제시하던 교수였다. 대략 5~12개정도의 대법원판례 원문을 올려주고 이걸 읽어 올 것을 요구하던 교수였는데, 매시간마다 한두명씩을 찍어서 꼭 틀릴때까지 질문을 던지던 기억이 있다. 

뭐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러던 거는 아니었겠지만 수업스타일이 좀 갑분싸 만드는 스타일이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긴 하니까.... 

 

반면 채권각론을 가르치던 H교수는 수업시간에 별다른 질문이나 그런 것 없이 지식 전달에 열중하던 교수였다. 출석도 그렇게까지 깐깐하게 보지 않았고,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채점을 해서 인기가 좋았던 교수였는데, 나도 덕분에 한 과목이나마 조금 편하게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학점은 엄정한 상대평가로 매기니 30명이라고 치면 대략 8등? 정도 해야 A-라도 받을 수 있었는데, 결국 아슬아슬한 등수로 A-받았었다.

 

소송법을 가르치던 교수들 역시 수업에 크게 열정이 있지는 않은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둘 다 강의에만 주력하고 딱히 질문을 한다거나 예습과제를 주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냥 출석만 잘 하고 시험 두방으로 성적 받았던 듯.....

나도 법학부를 나왔으나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을 엄청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아서 그냥저냥 버텨가며 공부했었던 기억이 있다. 소송법은 사실 절차법이라 재판 몇 번 들어가다 보면 어느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데, 조문이나 판례만 보면 아무래도 이해가 어렵다. 범행을 부인하는 형사재판을 서너 건 정도 보면 형사소송법의 주요 쟁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런지....

 

중간고사가 끝나면 사람들이 대부분 좀비가 되고, 기말고사를 앞두고는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로스쿨의 2학기는 아마 일반 학부의 2학기보다 2주 정도 빨리 끝나도록 일정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3학년들의 변호사시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중간고사 끝나고 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다들 죽어가며 공부를 했다.

나도 여기저기 몸이 아파서 약을 먹어가며 공부를 했고 다들 질병 한두개씩은 있었던 기억이 ㅋㅋㅋㅋ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도 지나간다. 

대부분 2학기에는 선택과목을 듣는 1학년생은 극히 드물기에 필수과목 6개를 하루에 한 개씩 고등학교식으로 시험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정 자체가 극악하고 학교에서 거의 숙식하며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 내 나이에 로스쿨을 다니던 형, 누나들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은 대체 어떻게 버텼던 것인가 의아하다. 

 

지금 이 글을 올린 시점에서는 1학기 기말고사 대비를 하고 있는 로스쿨 생들이 많을 텐데, 2학기가 보통 진정한 지옥의 시작이니 마음을 굳게 먹으시길 바란다. 

 

사진은 그 학기에 참 자주 먹었던 장어덮밥이다. 

중국산 장어기는 하나 그래도 장어인 만큼 몸 보신은 화끈했다. 여러분들도 맛있는 음식 먹어가며 공부하길 바란다. 

쓰러지면 끝이다

 

3

시험을 끝내고 나면 겨울인턴 시즌이 온다. 

대부분의 얼리컨펌의 시작이 2학기 시즌 종료후 겨울방학인턴이고,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인턴을 나가며,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형펌의 경우 인턴 나가는 거야 학점+개인 능력으로 나간다지만 그 안에서 컨펌을 받는 것은 또 그 안에서 경쟁이기 때문에 상당히 치열한 경쟁이 있고 거기서 소문도 많이 나고 그런다는데....

사실 나는 1학기 성적과 2학기 성적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대형로펌 인턴지원서를 내 볼 만한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었다. Y, J, T 등을 지원했으나 모두 합격하지 못했고, 제법 규모 있었던 사무실 관광인턴을 나갔던 기억이 있다. 

관광인턴의 장점은 일단 인턴참가자들간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변호사들도 일이 바쁘기 때문에 인턴들에게 엄청나게 신경써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당연히 근태도 자유롭다. 인턴이야기는 다음편에서 ~